2017년 읽은 책들 결산 by WaltzMinute



2016년 상반기 17권, 하반기 22권 / 매월 3.25권 읽음
올해의 책 : "리스본행 야간 열차" (파르칼 메르시어)


 너무나 늦은 읽은 책들 결산이다. 매년 독서 결산을 하기로 한 이후로 이렇게 늦은 적은 없었는데, 나름의 변명은 가지고 있다. 올 1월 말에 일터를 미국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로 옮겼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출국 준비와 한국에서 못 다 한 일의 마무리로 바빴고, 미국에 와서는 집을 구하고 집을 셋업하고 새 일터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그러는 동안에는 다른 일이라고는 전혀 하지 못 할 정도로 정신 없었기 때문에 독서 결산을 할 여유가 되지 않았다. 베이 에어리어로 옮긴지 한 달 째, 이제야 어느정도 여유가 생겨 그동안 못 한 일을 되살펴 보는 중이다.

 이곳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는 아름다운 곳이다. 살인적인 주거비를 빼면 딱히 단점을 찾기 어렵다. 굳이 단점을 찾아보자면 대마초 냄새나 간혹 가다 (정말 간혹) 만나는 공격적인 홈리스들 정도가 이곳의 단점이 아닐까 싶다. 날씨는 화창하고 덥지도 춥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타인의 공간에 대해 존중을 하는 문화가 있어 작은 신체 접촉에도 큰 일이 난듯이 사과를 한다. 이곳에서는 얼굴을 붉힐 일도, 속으로 화를 삼킬 일도 없다. 아직 이곳에서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단점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곳에서의 한 달은 내게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홀로 있는 스튜디오의 저녁, 나는 한국에 두고 온 것들을 생각한다. 그것들은 물건이기도, 사람이기도, 기억이기도 하다. 먼 땅에 가져온 것이 적기에 두고 온 것은 그만큼 많기도 하다. 그런 저녁, 나는 그것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다시 가질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내가 두고 온 것들은 다시 가질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로 나뉜다. 나도 사람인지라, 다시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마음이 쓰인다. 그렇게 가질 수 없는 것에 마음을 쓰는 일을 사람들은 보통 미련이라고 부른다.

파르칼 메르시어, 리스본행 야간 열차 2권
인간이 상처를 떨어낼 수 있기는 한 걸까? 우리는 과거로 깊숙이 들어간다. 프라두가 남긴 글이었다. 이런
일은 깊은 감각, 다시 말해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라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는 감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이
감각은 시간을 초월하고, 시간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정도는 다르지만, 우리는 모두 어느정도는 과거에 묶여 있다. 미련을 가지는 일이 바로 과거에 묶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어야 하지, 과거의 무엇인가여서는 안 된다. 파르칼 메르시어가 말하듯, "우리가 누구인지, 우리라는 느낌은 어떤 것인지를 결정하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그 감각은 과거에 고정된 무언가가 아닐 것이다. 과거의 미련은 항상 같은 답을 내놓는다. 노스탤지어에 대한 반작용, 부재에 대한 반작용, 상실에 대한 반작용. 과거의 미련은 항상 이런 식으로 반대를 위한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지를 결정하는 주체를 나에게로 가져올 수 있다면, 상황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거로부터 단절되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과거는 분명 중요하다. 지나간 시간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우리다. 과거를 애써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런 일들이 우리에게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된다. 과거로부터 자유로우나 과거를 포용하는 삶, 그것이 "리스본행 야간 열차"에서 파르칼 메르시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닐까.

 샌프란시스코와 서울, 약 9000 km 떨어진 곳에서 나는 서울에서의 과거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현재와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를 생각한다.

2017년 상반기에 읽은 책 리스트
미학특강 (이주영)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마종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여름날의 단편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 (르 클레지오 등)
그저 나이기만 하면 돼 (노경원)
학자의 본질에 관한 열 차례의 강의 (요한 G. 피히테)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우물에서 하늘 보기 (황현산)
현명한 초보 투자자 (야마구치 요헤이)
한국형 가치투자 (최준철, 김민국)
몰락의 에티카 (신형철)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메트릭 스튜디오 (문병로)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피터 싱어)
정원생활자 (오경아)
미니마 모랄리아 (테오도르 아도르노)
외톨이 선언 (애널리 루퍼스)

2017년 하반기에 읽은 책 리스트
희랍어 교실 (한강)
셰프의 탄생 (마이클 룰먼)
기사단장 죽이기 1, 2 (무라카미 하루키)
빵 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선셋 파크 (폴 오스터)
자기 결정 (피터 비에리)
어느 물리학자의 일상 (데라다 도라히코)
가난한 컬렉터가 훌륭한 작품을 사는 법 (멜링 카게)
라틴어 수업 (한동일)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파운틴 헤드 1, 2 (에인 랜드)
다만 이야기가 남았네 (김상혁)
Staying Alive (고동연, 신현진)
큐레이터와 딜러를 위한 멘토링 (박파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리스본행 야간 열차 1, 2 (파르칼 메르시어)
붉은 수확 (대실 해밋)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사랑을 지키는 법 (조니 래너)

지난 해의 독서 결산들
2009년 읽은 책들 결산
2010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0년 읽은 책들 결산
2011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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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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