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침의 밤과 그 밤의 글들 by WaltzMinute



8월 7일 새벽에 쓰고, 8월 26일에 고쳐 씀
연애의 끝은 그것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아니라 그 문장이 쓰여진 페이지를 더이상 들춰보지 않을 때에야 찾아 온다. 마침표를 찍는 순간에는 방금 전에 쓴 문장을 더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과 쓴 문장의 만듦새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아직 쓰여지지 못한 이야기들에 대한 미련에 끝난 문장이 쓰여진 페이지를 계속해서 들춰보게 된다. 길게 늘여진 퇴고의 과정에서 이미 쓰여진 문장, 즉 과거의 기억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문장의 조사 한두개, 단어 한두개를 바꾸는 것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게 된다. 우리는 문장을 지우지도, 크게 고칠 수도 없다. 한 번 마침표를 찍은 문장은 그저 페이지 위에 놓여 있을 뿐이다. 퇴고는 글이 완전무결해질 때가 아니라 쓴 글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을 때에 끝이 난다. (적어도 내겐 그렇다. 아마 많은 작가들이 그럴 것이다.) 연애라는 문장의 끝도 마찬가지이다. 미련을 접을 때 연애는 끝난다. 그러나 그러한 퇴고가 반드시 허무한 일은 아니다. 끝맺어진 모든 글은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끝맺어진 연애 또한 우리의 삶, 그리고 삶들의 관계 속에서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것이다.

8월 12일 새벽에 쓰고, 8월 22일에 고쳐 씀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았을 때 내가 가지는 책임감, 다시 말해 윤리는 어디까지 확장되어야 할까? 슈바이처는 윤리는 무한히 확장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만약 내가 누군가를 상처 입힐 의도가 없이 한 일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었다면? 심지어 내가 선한 의도에서 한 일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이러한 애매한 상황에서 윤리의 범위를 따지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에 대해 내가 가졌던 원칙은 윤리의 무한성을 따라, 내 의도가 어쨌건 내 행동의 결과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다면 나는 그/그녀에 대해 가능한 최대의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내가 가진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지만 때때로, 혹은 자주 그것을 지키는 데에 실패한다. 그러나 어느순간 나는 그 원칙이 무조건적으로 항상 옳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떤 경우 그것은 용서를 부르기보다는 단지 싸움의 회피로 귀결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 관계에서 싸움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윤리의 무한성이 잘못 적용되어 싸움이 단지 회피되었을 뿐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문제를 곪게 만들 수도 있다. 이것은 내가 제대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싸움이라는 불협화음을 잘 다루는 것 또한 관계에 있어 중요한 부분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 삶의 많은 부분은 기예(art)의 영역에 속할 것이다.

8월 15일 새벽에 생각하고, 8월 28일에 씀
일반적으로 기술(art)은 선악에 대해 중립적이다. 예컨데, 도자기를 만드는 기술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그러나 관계에 대한 기술은 선악에 중립적이지 못 하다. 관계를 유지하는 기술이 얼마나 능숙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의 선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나의 서투름으로 인해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내가 가진 관계에 대한 기술은 악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록 나의 의도가 선이었다고 하더라도, 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악을 낳았다면 나의 의도는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못 하거나, 그 뜻이 상당부분 퇴색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에 대한 기술을 연마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는 것이다.

덧글

  • 2014/08/31 12:34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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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1 12:10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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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1 22:44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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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2 12:03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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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1 14:15 # 답글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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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2 12:01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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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2 14:58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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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09/02 23:02 # 비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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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진 2014/09/21 13:51 # 답글

    관계에 있어서 피해를 받은 것보다는 피해를 끼친 일이 상처처럼 오래 남더라구요. 그냥 인간관계라는 것을 어느정도 거리두면서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나은듯. 다 한계도 있는 거구요.

    저 같은 경우는 회피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가까울듯. 상대방이 싸움으로 간주하고 싸움으로 확대하면 싸움이 되는거고, 아니면 그저 논쟁으로 그치는 거죠. 사실 받아들이는 상대방에 따라서 대화의 성질이 달라진다고 봐요. 그냥 별거 아닌듯이 넘어가는 경우가 있고, 혼자 감정의 폭을 오래 가지는 경우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내 자신에게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칼이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듯 대화도 이와 같이 상황을 잘못 만난거라고 봐야죠
  • WaltzMinute 2014/09/22 23:04 #

    인간관계와 본인의 일을 그렇게 칼로 나누듯이 구분 짓는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어요.

    저도 뭐 가능하면 싸움을 피하려고 하죠. 사실 '어른'이 되서는 싸울 일이 거의 없어요. 다들 피하려고 하지.. 특히 직장생활하는 경우는 그런 게 더욱 심하구요. 다만 연인이나 가족과 같은 사이에서는 싸움을 피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죠. 어떻게든 의견 차이나 감정 차이를 해소해야 하니까. 이런 경우, 제 주의는 '나는 너보다 윤리적인 책임이 있다'에요. 실제로 그렇지 않더라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아무래도 좀 갈등이 더 쉽게 해결되는 것 같기도 해요. 상대방도 느끼는 것도 있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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