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by WaltzMinute



상반기의 책 : "오늘 아침 단어" (유희경)


 2014년의 절반을 지나고 있다.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일은 때로 쉽기도, 때로 어렵기도 하다. 지금은 어려운 편에 속한다. 생각해보면 2014년 상반기에는 꽤나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구나 싶다. 올해 초 내가 겪은 일은 나를, 또는 내 삶을, 또는 내 관계를 비가역적으로 바꾸어 놓았을 테다. 어떤 일은 어떻게 보면 별 일은 아니었을 수 있고, 어떤 일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었을 수 있다. 삶이 조금 더 흘러가야 나는 그 일들 중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은 일이고, 어떤 것이 중요한 일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저 관조할 뿐이다.

 그렇게 삶은 흘러가는 것일 거라고 생각한다.

 상반기의 책은 유희경 시인의 시집 "오늘 아침 단어"이다. 시집을 상반기의 책이나 올해의 책으로 꼽은 것은 처음인데, 그만큼 좋았다. 시의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읽으면서 기형도의 시에서 풍기던 느낌을 느꼈다. 한 때 카톡 프로필 사진을 유희경의 시로 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본 친구도 기형도를 느낀 것을 보면 분명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얘기했지만, 나는 세상이 시를 닮았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비슷하게, 우리의 삶은 이미 시를 닮았다. 여러겹으로 켜켜이 쌓인 수많은 진실들의 삶. 수많은 삶의 층을 인정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 내가 다른 이들에게 더 좋은 이로 남을 수 있었을 테지만, 여전히 나는 부족하다고 느낀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인데, 낮에 머리가 아파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아빠 어디가" 재방송을 보고 있는데 문득 거기에 나오는 아빠들의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육체적으로 꽤나 고역일텐데도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던 것이다. 그 자리에 5년 또는 10년 뒤의 내 모습을 대입해보니 상상이 힘들었다. 예전에 지도교수님께서 사람은 부모가 되야 진짜로 완성된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삶의 중심이 나였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삶의 중심이 아이가 된다고. 삶의 중심이 옮겨가는 경험을 하고서야 사람이 완전해진다는 말씀이었다. 예전에 읽은 페터 한트케의 "아이 이야기"의 주제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되면 삶이라는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까 궁금하다.

 상반기의 책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밤으로의 긴 여로",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분노의 포도",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순수 박물관"같은 책들은 그만큼 좋았던 책들이었다.


2014년 상반기에 읽은 책 리스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마틴 켐프)
네루다의 우편 배달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책그림책 (크빈트 부흐홀츠)
일상의 인문학 (장석주)
세상의 마지막 밤 (로랑 고데)
하늘은 왜 푸를까? (괴츠 횝페)
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파리의 우울 (보들레르)
황야의 이리 (헤르만 헤세)
박맹호 자서전 책 (박맹호)
큐레이션의 시대 (사사키 도시나오)
카프카, 유대인, 몸 (최윤영)
침묵과 빛 (루이스 칸)
해럴드 프라이의 놀라운 순례 (레이철 조이스)
침묵과 빛의 건축가 루이스 칸 (데이비드 브루스)
Steven Holl (스티븐 홀)
데인가의 저주 (대실 해밋)
모두 다 예쁜 말들 (코맥 매카시)
1마일 속의 우주 (쳇 레이모)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체호프 단편선 (체호프)
2008 신춘문예 당선시집
분노의 포도 1, 2 (존 스타인벡)
오늘 아침 단어 (유희경)
모래의 여자 (아베 코보)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시장의 탄생 (존 맥밀런)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헤르만 헤세)
홀: 스티븐 홀 빛과 공간과 예술을 융합하다 (스티븐 홀)
순수 박물관 1, 2 (오르한 파묵)
세계화 속의 삶과 글쓰기
안나 카레니나 1, 2 (톨스토이)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과학......좌파 (게리 워스키)

핑백

  • Rendezvous : 2014년 읽은 책들 결산 2015-01-05 20:30:46 #

    ... 읽은 책들 결산2011년 읽은 책들 결산2012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2012년 읽은 책들 결산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2013년 읽은 책들 결산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38권, 하반기 23권 / 매월 5.08권 읽음올해의 책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마르셀 프루스트) ... more

  • Rendezvous : 2015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5-07-21 22:25:29 #

    ... 읽은 책들 결산2011년 읽은 책들 결산2012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2012년 읽은 책들 결산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2013년 읽은 책들 결산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2014년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20권 / 매월 3.33권 읽음상반기의 책 :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2 ... more

  • Rendezvous : 2015년 읽은 책들 결산 2015-12-27 15:22:52 #

    ... 결산 2011년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 more

  • Rendezvous : 2016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6-07-13 22:38:27 #

    ... 결산 2011년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읽은 책들 결산 ... more

  • Rendezvous : 2016년 읽은 책들 결산 2017-01-07 23:34:05 #

    ... 결산 2011년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읽은 책들 결산 2016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 more

  • Rendezvous : 2017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7-08-18 20:49:10 #

    ... 결산들2016년 읽은 책들 결산 2016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1년 읽은 책들 결 ... more

  • Rendezvous : 2017년 읽은 책들 결산 2018-03-08 15:42:58 #

    ... 결산 2011년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읽은 책들 결산 2016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6년 읽은 책들 결 ... more

  • Rendezvous : 2018년 읽은 책들 결산 2019-02-19 04:48:03 #

    ... 결산 2011년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2년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3년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4년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5년 읽은 책들 결산 2016년 상반기 읽은 책들 결산 2016년 읽은 책들 결 ... more

덧글

  • 2014/06/30 01: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6/30 21: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6/30 22: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7/01 21: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