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연휴의 중간을 지나는 밤에 충동적으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왔다. 영화관을 자주 찾지는 않지만 최근 봤던 영화들 중에서는 최고였다.
2. "그랜드 부타페스트 호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누구나 말하듯이) 영화의 미장센이다. 특히 영화 런닝타임의 대부분에서 사용하고 있는 1.37:1의 화면비, 대칭적인 화면 구성, 미니어쳐의 사용은 1932년의 시간이 책으로 기록되어 있는 시간임을 암시한다. 1.37:1의 화면비는 고전적인 영화의 화면비율이지만, 동시에 영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책에 가까운 화면비일 것이다. 대칭적인 화면 구성과 현실의 것이 아니라는 티가 나는 미니어쳐의 사용 또한 영화에서 다루는 이야기가 결국은 책 속에 있는 내용이라는 것을 강조해준다.
3. 앞서 말한 영화의 미장센은 4단 액자식 스토리 구성과 어울러져 굉장히 독특한 효과를 낸다. 영화는 무덤 앞에서 책을 읽는 소녀의 현재 시점, 그 책의 작가가 책에 대해 회고하는 1985년, 젊은 시절의 작가(주드 로)가 호텔 주인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1968년, 영화의 실질적인 무대가 되는 1932년의 네 가지 시간대를 넘나들며 진행이 된다. 듣고 읽는 것을 반복하는 네 단계의 연쇄에서 우리는 영화의 내용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동시에 영화에 등장하는 1932년, 1968년, 1985년은 더 이상 현재에 속하지 않은, 다시 말하면 현재와의 연결성이 강제로 단절된 시대임을 알게 된다.-더 나아가 소녀가 책을 읽는 시간,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 시간마저도 미래의 언젠가와는 연결될 수 없음을-
4.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기 전 마지막 순간에서, 이 영화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자막이 나온다. 슈테판 츠바이크는 주로 전기 작가로 유명한데 2차 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고국 오스트리아를 떠나 런던, 뉴욕, 브라질 페트로폴리스로 망명 생활을 한다. 결국 그는 파시즘에 절망한 채 자살을 선택한다. 영화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연민(초조한 마음)"과 "어제의 시간"에서 주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영화에서 전문 킬러 조플링과 나치 군대로 상징되는 살인과 폭력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를 달콤하게만 봐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5. 인터넷에서 영화에 대한 괜찮은 글 몇 편을 찾아서 링크를 남긴다.
츠바이크, 그랜드 부다페스트, 이동진. 그리고 우디 엘런 (블로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평론가 이동진 블로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텍스트 읽기의 즐거움 (채널예스 최재훈 칼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존재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애수 (미디어스 칼럼)





덧글
2014/05/05 11:3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4/05/05 13:44 #
비공개 답글입니다.
2014/05/07 14:5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2014/05/07 19:53 #
비공개 답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