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상반기 29권, 하반기 32권, 총 61권/ 매월 약 5.08권 읽음
올해의 책 : "타인의 얼굴 : 레비나스의 철학" (강영안)
한 해가 지나갔고, 한 해의 마무리는 늘-2009년 이후로- 그 동안 무슨 책을 읽었는지 돌아보는 것으로 마친다. 상반기 독서 결산 때도 그랬지만, 이제 진짜로 20대의 절반이 지나간다. 농담 삼아 하는 얘기지만 꽤 그럴듯 해서 기억하고 있는 20대의 나이별 구분이 있었는데, 그 구분에 의하면, 20대는 "ㅅ" 받침이 들어가는 스물 셋, 넷, 다섯, 여섯이 중반이고 그 앞뒤로 초반과 후반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제 다가올 2013년에는 스물여섯이니 20대 중반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1년 동안 읽은 책들을 통해서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확실히 대답할 자신은 없다. 독서를 통해 지식의 지평이 넓어진 것은 확실하다. 문학과 철학에 대한 식견이 조금은 넓어졌을테니까. 그러나 그것을 성장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 그보다는 "읽기를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이 더 알맞을 것이다. "읽음"이란 행위의 끝에서 나는 결국 나 자신에 맞닿을 수밖에 없고, 그 결과를 통해 나는 어떻게든 변화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내가 1년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다. 그것은 온전히 타인의 평가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내가 독서를 통해 조금이라도 너 나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노력할 뿐이다.
매년 하듯이, 올해의 책을 하나 꼽자면 상반기의 책으로 꼽은 "타인의 얼굴"이다. 그 이유도 결국 앞에서 말한 것의 연장선에 있다. 상반기 결산에서 내가 쓴 한 문장이 그 이유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철학이 삶(physics) 뒤에서(meta) 고고하게 앉아 있는 형이상학(metaphysics)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철학은 삶의 뒷편에 있는 게 아니라, 삶 속에 존재해야 한다." 삶의 문제는 결국, 타인과의 관계의 문제일텐데, "타인의 얼굴"을 읽으며 레비나스 철학은 그 문제에 대해 하나의 화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을 삶 속에,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사이에. 늘 기억해야할 화두일 것이다.
그 밖에 하반기에 읽었던 책 중, 인상 깊었던 책도 몇 권 있다. "16인의 반란자들"과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은 책 내용도 인상 깊었지만, 그 책을 읽을 무렵의 소중한 추억들이 책에 겹쳐 생각난다. "지지 않는다는 말"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연수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는다. 알고보니 김연수는 나와 같은 일산 주민이었는데, 책에서 나오는 일산의 모습들이 반가웠다.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시"는 내가 처음 읽은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이었다. 그의 시를 읽는 시간은, 시어의 아름다움이 경이에 닿는 순간이었다.
스물다섯은 -어느 해가 그러지 않겠냐만은- 정말 정신 없이 보냈다. 연구로 정신 없이 보냈다기 보다도 삶 안에서 이리저리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실수를 저지르고 배웠다. 몇몇 후회되는 일도 있지만, 그 것들이 하나 하나 더 나은 삶을 위한 트레이닝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일들이 그리 후회되지는 않는다. 다가올 스물여섯은, 내년 이맘때쯤 연구든, 삶이든 더 만족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다.
2012년 상반기에 읽은 책 리스트
미라마르
우리들의 시대에
빌러비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타인의 얼굴 : 레비나스의 철학
사랑의 역사
분노하라
성장의 한계
부자나라는 어떻게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왜 여전히 가난한가
필립과 다른 사람들
사발, 자신을 비워 세상을 담는다
토니오 크뢰거, 트리스탄
삶의 한가운데
가톨릭 교회
철학 연습 : 서동욱의 현대철학 에세이
산승불회 山僧不會 : 한국의 대표 선지식 18인에게 듣는 인생과 깨달음 이야기
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옥수수와 나 : 2012 제3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슬픔의 뿌리 : 도종환 시집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아름다운 나날
벼랑 위의 사랑
4월아, 미안하다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
동화처럼
사랑과 다른 악마들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숨은 신을 찾아서
2012년 하반기에 읽은 책 리스트
깊은 강
우아함의 탄생
마사 퀘스트
콰이어트
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생일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켈트 신화와 전설
금융의 지배
4의 비밀
지지 않는다는 말
여덟번째 방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연인
세계를 재다
사랑의 기초 - 연인들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우주만화
도둑들의 도시
검은 책 1, 2
유럽 소설에 빠지다 1, 2
스무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시
이사벨 아옌데의 조로
글쓰기의 항해술
네루다 시선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불한당들의 세계사
개들조차도
버스정류장
H.M.S. 서프라이즈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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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저는 스무살 때 일포스티노 라는 영화로 처음 네루다를 만났었는데.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시가
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
아냐,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고, 말도
아니었으며, 침묵도 아니었어.
하여간 어떤 길거리에서 나를 부르더군,
밤의 가지에서,
갑자기 다른 것들로부터,
..
격렬한..
불..
아 까먹었다ㅠㅠ...ㅋㅋㅋㅋㅋ
나도 얼마 전에 일 포스티노 얘기를 듣고 보려고 하고 있는데 막상 시간도 없고 찾기도 힘들어서 못 보는 중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