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와의 연애를 상상한다 by WaltzMinute




 때로 나는 너와의 연애를 상상하곤 한다. 머릿속에서 상상력의 도움을 받아 너와 나의 관계의 계단을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는 것이다. 현실 속에서 우리는 사귀기 시작한지 며칠 되지 않은, 아직은 서로 많이 어색한 연애 초반의 연인일 뿐이다.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단계일 뿐인 것이다. 아직은, 아직은. 그러나 상상으로 올라간 계단의 꼭대기에서 나는 너와의 숱한 에피소드를 기억할 수 있다. 그 에피소드들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한, 가상과 현실 사이 그 어느 곳엔가 머무르는 것들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네가 "봄의 첫날"에 우리 학교를 보고 싶다며 찾아와, 약간 쌀쌀한 봄의 저녁 무렵 캠퍼스를 산책하는 모습. "여름과 밤과 꿈의 모든 매력"들 사이에서 너와 내가 멍하니 물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햇볕이 따가운 가을에 볕이 잘 드는 어느 카페의 창가에 앉아 소년과 소녀처럼 상징의 놀이터에서 공통의 메타포를 주섬주섬 주워 담는 모습. 그리고 어느 눈 내리는 겨울날 너와의 약속에 조금 일찍 나와 너를 기다리는 나의 모습. 심지어, 조금 많이 멀리 나간 때에는, 몇 년 뒤 내가 너에게 과하게 로맨틱하지 않은 무던한 웨딩 송을 부르며 청혼하는 모습까지. 이 상상의 모습들 너머로 나는 늘 너를 그리워 한다.

 오랜 시간을 머릿속에서 날고 있으면, 가끔은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 내 상상과 실제 우리의 경험을 가르는 경계선은 녹아 흐물흐물해지고 상상과 경험은 그 경계를 넘어 서로 부드럽게 섞이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혼란스럽지만 싫지 않은 나른한 기분을 느낀다. 그것은 내가 그 상상들이 곧 실현될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상은 늘 즐거운 것은 아니다. 가끔은 불안감이 나를 덮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널 생각할 때면 늘 감정의 그네를 타고 오르락 내리락 한다. 너와 내가 연애 초반의 어색함과 불안정함을 이기지 못 하고 무너져 내리고 헤어져버리는 모습을 생각할 때면, 내 감정도 같이 무너져 내린다. 너를 잃는 상상을 할 때마다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이리저리 방황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의 흔적에 너무나도 목 마르게 된다. 너의 짧은 문자 하나라도, 너와의 짧은 통화 하나라도 그럴 때의 나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것은 우리의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환상?-에 대한 증거이기 때문이다.-주관적으로는 매우 확실한, 그러나 객관적으로는 효력이 없는 증거-

 그러나 우리의 관계의 끝이 어떻게 되더라도, 이 순간 나는 온갖 상상들 속에서 헤엄치는 것을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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