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2 : 일종의 신호 그리고 관계, 그 맞은편의 어긋남 by WaltzMinute



 "그렇구나, 알았어."
 바빠서 당장 만나기 어렵다는 그의 말에 그녀는 그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는 전화를 끊는 그녀의 목소리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다고 느꼈다. 사실 전화를 하는 동안 그는 내내 그녀의 목소리와 말투와 그런 것들 속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우울의 파편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물론 확신은 없었다. 전화 내용 자체는 진부하고 진부한 안부 전화였을 뿐이었고, 그녀는 통화를 하는 동안 직접적인 증거는 아무 것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도움-사소한 말 상대라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막연히 느꼈지만, 확신이 없기에 그녀에게 손을 뻗을 수 없었다. 약간 오지랖이 아닌가 하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그에게는 당장 해야할 일도 있었다. 다만 그는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 다시 그녀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그녀에게 조만간 연락하겠노라고 말했다.
 그에게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그녀 생각을 하지 못 하고 지나갔다.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며칠 더 지나고 그는 할 일을 마무리했지만 그녀에게 연락할 수가 없었다. 마침 그는 그 스스로가 유예해두고 있었던 고민을 직면하고 해결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고, 그 것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그녀에게 마음을 기울일 여유는 없었다. 물론 그 고민의 시간 동안 그가 그녀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를 생각할 때면 그는 늘 약간의 부채 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그 부채를 상환하기에는 그가 스스로 지고 있는 짐들이 많았다.
 그는 그녀가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그녀의 고통을 알아차리기에는 무디고, 그는 그녀를 위로하기에는 그녀에게 무관심하며, 그녀의 고통을 나누어 들기에는 약하다. 만약 그가 더 예민했더라면 암시로 드러난 그녀의 우울을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고, 만약 그가 그녀에게 더 관심이 있었더라면 그녀를 위로해줄 수 있었을 것이고, 만약 그가 더 강했다면 스스로가 지고 있는 짐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짐을 조금 나눠 들 수 있었을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에게 그 모든 것들은 작은 어긋남 때문이었다고 변명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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