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 1 : 일종의 신호 그리고 관계 by WaltzMinute



 "그렇구나, 알았어."
 그는 당장은 바빠서 만날 수 없겠다고 말했고, 그녀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와 당장 만나는 것만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그가 연락을 하지 않을 것임을 여성의 본능적인 직감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었다.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시선은 방금 내려놓은 핸드폰에서, 그 것을 놓은 책상으로, 그리고 다른 쪽 팔을 천천히 감싸 안는 자신의 팔로 서서히 움직였다. 그것은 시선의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의미 없는 눈동자의 움직임일 뿐이었는데 그것은 그녀가 스스로 시선을 자각하지 못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이 지긋이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그가 전화 너머에서 그녀의 슬픔과 고민을 이해해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목소리와 말투의 파편 속에서 그녀가 암시하는 것을 알아채기에는 너무 무뎠으며, 또한 너무 무관심했으며, 동시에 너무 약했다. 때문에 그녀는 그에게서 서운함을 느꼈고, 서운함은 그녀가 지고 있는 고통의 무게추를 더 무겁게 했다.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녀는 그를 더 가깝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그가 자신의 무딤과 무관심과 약함을 넘어서 그녀의 우울에 손길을 나누어 주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못 했다.-
 그녀는 쓴 마음에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을 향해 섰다. 창 밖 저 아래쪽 6차선 도로에서 빨간 브레이크등과 노란 전조등을 켠 차들이 신호의 전환에 따라 주기적으로 움직이고 느려지고 섰다. 그녀는 멍한 눈으로 기계적이고 무의미한 그 움직임들을 쫓았다. 그렇게 서 있는 동안 그녀는 아까부터 쏟아지려고 하는 눈물을 억누를 수는 있었지만, 명치가 시큰해져 오는 것만은 막을 수는 없었다. 곧 차가움은 그녀의 온 몸으로 퍼졌고, 그 서늘함에 그녀는 감싸 안은 자신의 팔에 힘을 주어 더욱 세게 안았다.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곧 상대방이 그어 놓은 관계의 선을 넘었다는 신호이고, 그 신호는 발신자의 암묵적 메세지와 수신자의 능동적인 대응에 의해 그 둘의 관계는 다시 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한두 시간쯤 멍하게 시간을 보낸 뒤에 분출 되던 슬픔에서 벗어나 기분이 가라앉은 그녀는 그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그어놓은 선을 능숙한 솜씨로 후퇴시켰고,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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