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비지니스 타운 나카츠 (2/22 둘째날) by WaltzMinute



 
2010, 2/22, 나카츠
 사실 이번 오사카 여행의 주목적 중 하나는 22일 1시에 있는 GRE 시험을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둘째날 오전은 GRE 시험장이 있는 나카츠에서 보냈다. 나카츠는 여행자에겐 굉장히 지루할 수도, 흥미로운 곳일 수도 있는 곳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나는 나카츠가 지루하기보다는 흥미로운 곳이라고 느꼈다. 나카츠가 오사카에 와서 와본 첫 번째 장소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몇 가지 다른 이유가 있었다.
2010, 2/22 나카츠의 한 횡단보도(SANHU 앞)
2010, 2/22, 나카츠 역 근처 놀이터에서
 첫 번째 이유는 이 곳이 오사카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우메다로부터 그다지 멀지 않은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여유롭고 넉넉한 곳이라는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나카츠 역에서 나오면 느끼는 첫 인상은 전형적인 비지니스 타운의 그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지니스 타운 특유의 답답한 느낌 또는 시간에 쫓기는 느낌 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굉장히 여유로워 보였고, 아기를 자전거에 태우고 다니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위 사진은 이러한 나카츠의 여유로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나카츠 역에서 안 쪽으로 조금 들어온 곳에 있는 공원(정확히는 놀이터)의 모습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양복 입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 공원에서 바람도 쐬고 담배도 피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사진에 나온 한 중년 남성은 왁스로 머리를 정돈하고 목에 스카프를 늘어뜨리고 한 30분 정도 담배를 피며 앉아 있었는데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사진 찍는 타이밍이 맞지 않아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 남자의 주변에 비둘기가 엄청나게 모여 있어서 더욱 분위기가 있었다.
2010, 2/22, 나카츠
 또다른 이유는 나카츠의 건물들이 굉장히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져 있었으며, 심지어 굉장히 낡은 건널목이나 건물들도 멋스럽게 잘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다.(사실 각각의 건물을 잘 꾸미는 것은 비단 나카츠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따로 더 자세히 언급할 예정이다. 다만, 나카츠는 시내 중심가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조금 더 세련되게 꾸며놓았다고 느꼈다.) 많은 경우, 한국의 낡은 건물들은 낙후되었다는 느낌만 주지, 세월에서 오는 멋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나카츠에 있는 낡은 건물들은 나름대로 잘 꾸며놓아서 낙후되었다는 느낌보다는 그 건물이 지나온 숱한 세월의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어제 포털에서 우연히 한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http://bit.ly/aofH03), 이 기사를 보고 나는 곧바로 나카츠에서 보았던 풍경을 떠올렸다. 나카츠는 우리처럼 오래된 구조물이나 건물을 파괴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닌, 도시의 연속성을 지키고자 낡은 것을 꾸미고 깔끔하게 단장하였다. 이를 통하여 그 건물이 지나온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있게 하면서도 그 것이 낙후되었다거나 지저분하다는 느낌을 느낄 수 없게 했다. 물론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배경에서 이런 차이가 생겼겠지만, 이러한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2010, 2/22, 나카츠 음식점 SANHU
 내가 나카츠에서 긴 시간을 돌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사이 사이에 숨어 있는(한국 사람들에겐 알려지지 않은-사실 나카츠 자체가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맛집도 은근히 많은 것 같았다. 점심 시간 내내 (2시간 정도) 계속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음식점도 있었고, 대기 줄이 은근히 긴 음식점이 몇 개 더 있었다. 물론 비지니스 타운이라 직장인들의 점심 시간의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줄이 없는 음식점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줄이 있는 것이 아마 그 집이 맛집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됐다. 처음에는 계속 10명이 넘는 사람이 기다리는 음식점에 가볼까 했지만, 기다리기도 힘들고 시간도 없기 때문에 적당한 줄이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앞서 말한 공원에서 쭉 들어가면 나오는 SANHU라는 음식점인데,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니 어딘가에 방송도 되고 면을 판매하기도 한다는 것으로 보아 이 곳도 나름대로 유명한 음식점인 것 같아보였다.(일어를 읽을 수 없었기 때문에 확실하지는 않다.) 잠깐의 기다림 후 나는 음식점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 곳에서 처음으로 언어의 벽을 느꼈다. 호텔이 있는 히가시미쿠니에서 먹은 저녁이 일본에서의 첫 식사였지만, 그 때는 자판기에서 식권을 뽑아 주문을 하는 식당이어서 딱히 일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SANHU는 한국의 여느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직접 주문을 해야했기에 일어를 모른다는 사실은 굉장히 불편했다. 게다가 메뉴는 온통 일본식 한자와 일어로 쓰여있어서 읽을 수도 없었으며 점원이 영어를 엄청나게 못해서 완전한 문장은 커녕 단어를 이용한 간단한 의사소통도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단지 눈치로 점원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밖에 없었고, 굉장히 힘들게 주문을 했다.("I cannot understand what you say."라는 간단한 영어도 통하지 않아, 이 때부터 "당신의 말을 알아 듣지 못하겠어요"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표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2010, 2/22, 나카츠 음식점 SANHU에서 먹은 "치쿠타마텐붓카케(ちく玉天ぶっかけ)"
 SANHU에서 먹은 것은 "치쿠타마텐붓카케(ちく玉天ぶっかけ)"라는 이름의 우동이었다. 사진의 색이 조금 이상하게 나왔는데(일본으로 가져간 디카가 갑자기 고장나서 폰카로 찍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로 보면 정말 먹음직스럽다. 우동 이름의 붓카케(ぶっかけ)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적은 양의 국물을 면에 뿌려서 먹는 식의 우동이었다. 우동에 들어 있는 긴 어묵 튀김과 반숙 달걀 튀김이 정말 맛있었지만, 이 우동의 백미는 생강과 레몬 맛의 조화에서 나온다.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가운데에 있는 노란색이 레몬, 오른쪽 아래에 있는 것이 생강인데 취향에 따라서 양을 조절해서 넣을 수 있다. 나는 생강과 레몬을 딱히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다 섞어서 먹었는데 생강 향과 시큼한 레몬 맛의 조화가 굉장히 맛있었다. 또한 면발도 굉장히 쫄깃쫄깃한 것이 좋았다.(또한 나는 뜨거운 우동을 선택했는데, 나중에 한국에 와서 안 사실이지만 이 우동은 사실 차갑게 먹는 것도 맛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양이 줄지 않는 것 같이 느껴서 주문할 때의 기억을 해보니, 무언가 double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았다. 나는 그제서야 의사소통의 실패로 인해 곱빼기를 시킨 것은 아닌가 싶었다. 결국 주문할 때 확인해 보니 50엔의 추가 요금이 붙은 것을 알 수 있었고, 역시 곱빼기가 맞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카츠 SANHU에서의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나는 센터빌딩에 있는 GRE 시험장에서 시험을 본 뒤 저녁 시간을 번화가에서 보내기 위해 우메다로 향했다.
2010, 2/22, 나카츠 역 바로 앞의 라마다 호텔, 저 길을 건너 왼편 골목길로 쭉 들어가면 SANHU가 나온다.
1) 나카츠 역 : 우메다 역으로부터 신오사카, 센리츄오 방면으로 한 정거장 위.
2) SANHU : 나카츠 역에서 나와서 라마다 호텔이 있는 방면으로 있는 골목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위 사진에 있는 공원이 나오고, 그 곳을 지나면 고가도로가 있는 사거리가 나오는데 그 사거리에 있다. 다만 점원들이 영어를 "전혀" 못하니 기본적인 일본어 회화 정도는 알고 가는 것이 편하다. 곱빼기가 아니더라도, 면 한 덩어리가 꽤 크기 때문에 double, semi double이라는 말에 유의하자. 또한 우동류는 hot&cold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뜨거운 우동 밖에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차가운 우동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그러나 차가운 것는 먹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맛이 어떤지는 말할 수 없다.)
3) 치쿠타마텐붓카케 우동 : 관서 지방 특유의 우동이라고 한다. 나카츠 SANHU에서는 780엔에 팔고 있고, semi double로 주문하면 50엔이 추가된다. 한국에 돌아와서야 안 사실이지만, 이 음식는 이미 까날님 블로그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는데 한국 용인에서도 재일 교포 분이 하시는 치쿠타마텐붓카케 우동을 접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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